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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llenging gender with androgynous design

Nov 30,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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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s Park Ji-sun, left and Shin Kyu-yong, are behind the young Korean label Blindness that creates collections that are gender-bending. [SEOUL DESIGN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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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dness’ 2018 Spring/Summer collection had the theme “Beauty and Youth,” and used materials such as lace, pearls and pleats that are often found in womenswear for their collection which can be worn by both men and women. [BLINDNESS]
When asked what label most caught their attention at this fall’s Hera Seoul Fashion Week, foreign buyers over and over responded with one name - Blindness.

The buyers, who commonly disagree when it comes to choosing favorites, were unanimous in their decision and praised the label for standing out on the runway.

Perhaps the label, which launched in 2013, first grabbed their attention after it was named a semi-finalist for the renowned LVMH Prize in Paris last March, a prize that honors and supports young fashion designers from all over the world. Fashion insiders say it was Blindness’ originality that made the label stand out in the running for the prestigious LVMH Prize.

The designers behind the label are a Korean couple in their late 20s - Shin Kyu-yong and Park Ji-sun. Although Shin founded the brand as a men’s wear label in 2013, Blindness became what it is today - without distinct men’s and women’s designs - after Park joined him last year to create looks for the 2017 Spring/Summer collection, meaning it only took the couple three seasons to prove that they can stand out among international fashion labels.

Fashion insiders say Blindness’ garments can’t get crazy enough.

It’s a unisex, gender-bending brand. Male models on the label’s runways often wear organza, lace or pleats with large bows around their necks or down their back. They even wear full-flowing skirts or miniskirts on top of their trousers.

“At first, we designed clothes that would sell well,” said Shin, “but surprisingly, they did not sell. So we decided to just design what we wanted to create, and that’s when the reaction came.”

In order to stand out and convey their philosophy of breaking the strong boundaries of masculinity and femininity, the designers say they make sure they don’t get swayed by the surroundings or the cultural atmosphere, as Korea is still heavily influenced by Confucian culture.

“That is why we named it ‘Blindness,’” Park explained. “We put up the concept of genderless fashion at the forefront of our design.”

The couple said they learned their lesson when they couldn’t sell any of their clothes that were designed to be wearable by the masses.

“We realized that the brands that already made a name for themselves attract the people with wearable designs,” Shin added.

“A new label people have never heard of, like us, had to create something different in order to grab people’s attention.”

So the couple tried adding feminine elements to Blindness’ men’s wear, not just using different colors or patterns but using different materials, such as lace, and changing the entire silhouette.

“We begin designing clothes without thinking about the gender,” said Park. “I think it works well because Kyu-yong and I are different genders.”

Because Park majored in furniture design and Shin studied fashion design, she simply sketches clothes that are inside her head and shows it to her boyfriend asking if they can be turned into real designs.

“Let’s say I’m the creative director and Kyu-yong is the designer. He often tells me it’s impossible to turn my sketches into real clothes,” said Park, adding that it sometimes becomes possible when they give it a shot. “Every day, we try to create designs that seem impossible. I think that best describes our collection.”

BY LEE DO-EUN [sharon@joongang.co.kr]



세계가 먼저 주목한 한국의 아웃사이더

"블라인드니스(Blindness)요."

지난 10월 '2018 봄여름 헤라 서울패션위크'에 온 해외 주요 바이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만났을 때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가 뭐냐는 질문에 단 하나의 브랜드만 언급했다. 남과 다름, 나만의 취향을 최고의 덕목으로 치는 패션 피플들이 '완벽하게 동감한다(Totally Agree)'라니. 이미 2017년 3월, 전 세계 신진 디자이너들을 선발 육성하는 LVMH 프라이즈에 준결승 라운드까지 진출한 프리미엄 덕분일까. 아니, 오히려 업계 사람들은 “독보적인 독창성 덕분에 LVMH 프라이즈에서도 좋은 결과를 낸 것”이라고 얘기한다. 2013년 론칭한 남성복 기반의 유니섹스 브랜드 블라인드니스의 스물 아홉 동갑내기 신규용·박지선 디자이너는 사실상 2017년 봄여름 컬렉션부터 같이 했다. 고작 세 시즌만에 이런 반응을 얻어냈다는 얘기다. 대체 얼마나 튀는 인물들이길래 그런 옷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런 호기심을 안고 두 사람을 만났다.

블라인드니스의 옷엔 남녀 구분이 없다. 남자 모델이 오간자, 레이스, 주름으로 장식한 의상들을 입고 나오는데, 풍성한 드레스나 미니스커트인 경우가 허다하다. 부드러운 곡선과 날렵한 직선이 자유자재로 교차한다. 와이드 팬츠지만 긴 트임을 내고 리본으로 묶는 식이다. 얼굴엔 진주가 달린 마스크를 써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조차 힘들게 한다. 소매를 한 쪽만 달거나 양쪽 바지 길이를 달리하는 비대칭도 과감하게 시도한다. 이처럼 파격인 옷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뭐가 달라도 다를 것 같은데 정작 만나보니 외모는 지극히 평범했다. 또래 청춘처럼 검정 데님 바지에 후드 티셔츠를 대충 걸치고 나타났다. 긴장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정작 입 밖으로는 날 것의 단어와 솔직한 표현을 툭툭 뱉었다.



독창적이라지만 지나친 모험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규용, 이하 신)원래 브랜드를 시작할 때 국내 시장에서 일단 돈을 번 후 뭘 더 도모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실제 온라인에서도 꽤 잘 팔았다. 하지만 서울패션위크에 나가다 보니 번 돈을 다 까먹게 되더라. 그래서 2016년 가을겨울 시즌엔 대놓고 '팔릴 법한' 옷을 만들었다. 그런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하나도 안 팔렸다. 프랑스 유명 편집숍 레끌레어 바이어가 쇼룸에 와서는 '나는 여성복 담당이다'라며 거짓말을 하고 나갈 정도였다. 바로 깨달았다. 팔릴 만한 옷이 성공하는 건 디자이너가 이미 유명해진 뒤에나 가능하다는 걸. 그 다음 시즌부터 마음을 바꿨다. 그냥 하고 싶은 옷이나 만들자고 말이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반응이 왔다. 그 덕에 서울디자인재단의 지원 프로그램인 텐소울에 뽑히면서 파리(레끌레어)·밀라노(엑셀시오)까지 진출했다. 그때 망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처음부터 예술을 고집한 줄 알았는데.

"(신)패션은 순수 예술이 아니다. 트렌드가 엄연히 존재하고 세일즈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이런 시도를 하는 건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서울에서만 쇼가 40여 개이고 주요 패션 도시만 따져도 신인 디자이너가 넘친다.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단 하나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제대로 보여주자는 거다."



그게 결국 뭔가.

"(박지선, 이하 박)트렌드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옷을 풀어가는 방식에서만큼은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블라인드니스라는 이름 그대로 말이다. 젠더리스를 내세우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흐름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이걸 우리가 아크네 스튜디오처럼 미니멀하게만 풀면 아무도 쳐다도 안 볼 거다. 하지만 장식적이고 페미닌한 요소를 가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늬나 색깔만이 아니라 소재나 실루엣까지 다르게 시도해본다. 처음 생각 자체에 남녀 구분이 없다. 아무래도 우리 둘이 성이 달라 더 잘 적용되는 거 같다."



정작 두 사람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나.

"(박)나는 미대(가구디자인과)를 나와서 어떻게 옷을 만드는지는 전혀 모른다. 그냥 그림 한 장 보여주고 이런 무드였으면 좋겠어, 이런 느낌으로 갔으면 좋겠어라는 식의 큰 그림을 그려준다. 진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나 할까. 그걸로 규용씨가 옷을 만든다. 맨날 '이거 말이 안 된다, 이거 못 만든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 면에서 우리 컬렉션은 거의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과정이다."



패션 공부도 안 한 사람이 어떻게 합류했나.

"(신)인생 얘기를 다 해야할 만큼 긴 스토리다. 난 공대 다니다가 군대 갔는데 적성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국내 한 패션스쿨에 들어가 그곳 동창 두 명과 함께 이 브랜드를 만들었다. 판매는 잘 됐는데 서로 자기 브랜드에 대한 욕심이 있다 보니 2년쯤 됐을 때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충성 고객층이 있는 상태여서 브랜드를 접을 수도 없던 찰나에 소개팅을 했고 지선이를 사귀게 됐다. 대학 졸업 뒤에 뻔한 회사 생활이 싫다며 백수로 노는 중이었다. 내 사무실에 자주 놀러 왔는데 그러다 일을 돕게 됐다."



그러다 싸우면 어쩌나.

"(박)싸울 수가 없다. 틈이 없다. 둘이 옷도 만들고 바이어도 만나고 배송까지 다 해야 한다. 아르바이트생 한 명도 없이 일하는 브랜드는 아마 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 중 우리밖에 없을 거다. 그러니 브랜드가 굴러가려면 안 싸우는 게 답이다."



직원을 못 쓸 만큼 돈을 못 벌었나.

"(신)지금은 그저 시작 단계니까. 아무리 평가가 좋아도 해외 바이어들이 단박에 구매하지 않는다. 적어도 2~3시즌을 버텨내야 한다. 2018 봄여름 컬렉션도 3년짜리 적금을 깨서 했다. 이번까지만 해 보자, 라는 심정이었다. 그러니 이 상황에 무슨 직원을 쓰겠나. 우리 사무실이 도곡동 지하에 있다. 창문이 없어서 해가 뜨는지, 비가 오는지도 모르는 곳이다. 점심은 몇 년 째 동네 주민센터에서 먹고 있다. 자주 마주치는 동네 아줌마들이 아마 우리 뭐 하는 애들인지 많이 궁금해할 것 같다."



그런 조건에서 올해 LVMH 프라이즈까지 도전했는데.

"(신)2017년 1월에 신청하면서 일단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지선이는 심지어 그게 무슨 상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막상 준결승 21명 안에 들어 파리 LVMH 본사에 가보니 당황스러웠다. 브랜드별로 부스를 꾸며 심사위원들이 돌아다니며 채점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같이 올라온 경쟁자들을 그 자리에서 검색해 보니 우리랑 상대가 안 되는 유명한 애들이더라. 심사위원이랑 후보자들이 이미 학교 선후배인 경우가 많아서 무슨 동창회 열린 줄 알았다. 그래도 거기서 칼 라거펠트도 보고 유명한 디자이너들과 얘기도 나눠 보고, 진짜 꿈만 같았다. 나중에서야 우리가 참 당돌했구나 싶었다."



정작 독창성에 관해서는 부담이 없나.

"(박)글쎄, 돈과 시간만 좀 더 여유롭다면 문제가 없을 거 같다. 해외 세일즈와 서울패션위크를 둘 다 하려면 정신이 없다. 가령 서울패션위크가 10월에 끝나면 바로 이듬해 1월 세계 남성복 컬렉션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려고 하고 만약 안 된다면 그건 재능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신)아직은 브랜드 구축에 더 힘써야 할 거 같다. 작품이든 옷이든 무언가 만들 땐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 검색어에 블라인드니스를 치면 '블라인드니스 망했나요'라는 게 연관어로 뜬다. 아주 예전에 우리 옷을 좋아하던 고객들이 질문한 거다. 지금은 홈페이지에 재고 조금 남은 거나 컬렉션 의상 몇 벌을 올리는 정도다. 어쨌거나 당장 닥친 건 다음 컬렉션이다. 우리가 얼마나 더 새로울 수 있는지, 또 한 번 부딪쳐 봐야겠다."


이도은 기자